임신을 준비한다고 하면 여성의 엽산 섭취나 배란일 계산, 산부인과 검진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임신은 여성 혼자 준비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정자의 건강 상태 역시 수정과 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도 임신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건강과 생활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임신 준비, 남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정자는 오늘 만들어져 내일 바로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자가 만들어지고 성숙하는 데에는 약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신 시도를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값비싼 영양제를 여러 종류 먹거나 특별한 음식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처럼 기본적인 건강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일정 기간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여성에게만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난임은 남성과 여성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며 남성 요인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임신 전 건강검진부터 정자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실제 임신을 시도할 때 알아두면 좋은 사항까지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임신 전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부터 확인하기
남성의 임신 준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임신 준비 과정에서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복용하는 처방약뿐 아니라 탈모약과 건강기능식품, 한약, 운동 목적으로 사용하는 각종 보충제 등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투여하거나 근육 증가를 목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하는 경우 정자 생성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러한 약물이나 호르몬제를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현재 사용 중이라면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다만 임신을 준비한다고 기존 처방약을 자신의 판단으로 갑자기 중단해서도 안 됩니다. 약에 따라 임신 준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변경이나 중단 여부는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비뇨의학과에서 남성 가임력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검사가 정액검사입니다.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의 수와 운동성, 형태 등 여러 항목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검사 결과만으로 모든 가임력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액검사 결과는 건강 상태와 검사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이 발견되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다시 검사하기도 합니다.
과거 고환이나 사타구니 부위의 수술을 받았거나 고환 손상, 항암치료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환 주변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정계정맥류 역시 일부 남성에서 정자의 질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진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매개감염 가능성이 있다면 검사와 치료도 중요합니다. 감염 여부를 모른 채 임신을 시도하면 배우자에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성의 임신 전 검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만은 아닙니다.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미리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자 건강을 위해 최소 2~3개월 생활습관 관리하기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진 뒤 성숙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는 약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면 생활습관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흡연입니다. 흡연은 전반적인 건강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정자의 수와 운동성, DNA 손상 등과 관련된 연구들이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전자담배 역시 임신 준비를 위한 안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적은 양을 마시는 것과 지속적인 과음은 다릅니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남성호르몬과 정자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음주량을 줄이고 폭음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 관리도 중요합니다. 비만은 남성의 호르몬 변화와 정자의 질 저하 등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갑자기 굶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생선과 살코기 등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고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 하나가 정자를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만든다는 광고를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아연이나 셀레늄, 비타민C·E, 코엔자임Q10 등 다양한 영양제가 남성의 임신 준비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영양소와 항산화 성분이 연구되고 있지만 모든 남성이 여러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핍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균형 잡힌 식사가 우선이며 영양제를 추가하려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환 주변의 지나친 열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고환은 체온보다 약간 낮은 환경을 유지하도록 몸 밖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뜨거운 사우나나 온탕을 지나치게 자주 이용하거나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는 습관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노트북을 장시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행동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운동은 적당히 꾸준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나 조깅, 근력운동 등 자신이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면 체중 관리와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운동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나친 운동이나 근육 증가를 위한 불법적인 스테로이드 사용은 오히려 임신 준비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깨어 있고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면 임신 준비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생활 리듬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란일만 기다리기보다 부부가 함께 준비하기
임신을 시도하기 시작하면 남성도 여성의 생리주기와 가임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배란일 하루에 맞춰 관계를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배란 시점은 매달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리주기 앱에서 알려주는 날짜 역시 예상치일 뿐 정확한 배란일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 날짜 하루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배란 전후의 가임기간 동안 일정한 간격으로 관계를 갖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사정을 하지 않고 정자를 모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 금욕 기간이 반드시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가임기에는 약 1~2일 간격으로 관계를 갖거나 부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규칙적인 관계를 갖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임신 준비를 ‘숙제’처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달 배란일이 가까워질 때마다 반드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 남녀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성에게도 긴장으로 인한 성욕 감소나 발기·사정의 어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신이 바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건강한 부부라도 임신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성 파트너가 35세 미만이라면 피임 없이 규칙적인 관계를 약 1년간 지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35세 이상이라면 약 6개월간 시도 후에도 임신되지 않을 경우 난임 평가를 상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생리주기가 매우 불규칙하거나 남녀 어느 한쪽에 가임력과 관련된 질환이나 병력이 있다면 더 일찍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여성만 검사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성도 정액검사 등을 통해 함께 평가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신은 정자와 난자가 모두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난임을 어느 한 사람의 책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임신 준비 과정에서 남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정자 관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엽산을 챙기고 술을 피하며 생활습관을 바꾸고 있다면 남성도 금연과 절주, 운동을 함께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이나 임신 전 검진 일정을 함께 확인하고 배란기에 대한 부담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 준비입니다. 임신이 확인된 이후에는 산전검사와 병원 일정,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남성의 임신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정자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면서 고환이 지나친 열에 노출되는 환경과 임의의 호르몬제 사용을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능하다면 임신을 시도하기 약 2~3개월 전부터 이러한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해 보세요. 오늘의 생활습관이 바로 내일의 정자를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임신 준비는 여성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배란일을 계산하고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기다리는 과정까지 부부가 함께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임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부담도 나눌 수 있습니다.
예비 아빠의 임신 준비는 거창한 영양제 한 통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술과 담배를 줄이고, 건강을 관리하며, 배우자와 함께 준비하는 작은 생활습관에서 시작됩니다.